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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9 … 해바라기

기사승인 2017.09.27  14: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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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만 개의 태양이 그리움이 되어 내려앉은 곳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한 물의 요정 클리티아. 그녀의 그리움이 양촌읍 누산리에 수십만개 꽃송이가 돼 내려앉았다.

용봉저수지 근처 10만평의 부지에 40만개에 달하는 해바라기가 지난 9월 중순부터 오가는 이의 눈길과 발길을 잡는다.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방문객의 마음도 읽지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고 있으니 말 그대로 해~ 바라기다.

이번 김포 구석구석은 가을이 가을하는 이즈음에 제 몸값 제대로 올리는 해바라와 함께한다.

■ 가을이 가을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

양촌읍 누산리 1065-35 봉성제2펌프장 뒤쪽. 상상하기조차 미안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40만 개의 해바라기. 한눈에 담기가 버거울 정도다. 지난 9월 9일부터 해바라기 농장을 개방하였다고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꽃잎을 피운 시기는 9월 하순.

게으름을 피워 이제야 찾았으나 변덕스러웠던 올해 날씨로 개화가 늦어졌다는 관리인의 설명에 바삐 가는 것보다 느림의 미학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전국 어느 곳이 가을이 가을 하지 않을까만 해바라기가 펼쳐진 이곳을 따라오기란 여간해선 어려울 것이다. 지난 ‘김포 구석구석 7’에 소개된 숨 터 봉성리와 어깨동무하고 있어 가을의 제 모습을 만끽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초록초록 익어가던 벼는 어느새 알알이 영글어 추수를 앞두고 있다. 비행연습하다 경로를 이탈한 어린잠자리는 이제 보니 멋진 고추잠자리였다. 나지막한 능선은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고, 그를 에두른 한강은 오늘은 가을하늘을 품고 있다.

   
 

■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곳

연일 이어지는 높은 쪽빛 하늘. 살짝 올려만 보아도 눈이 시린데 이곳의 해바라기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가보다.

해바라기의 전설이야 많은 시민이 알고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시민과 학업에 바쁜 학생들을 위해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전해 본다.

아폴론을 사랑한 물의 요정 클리티아는 그의 사랑을 받지 못하자 질투에 감정을 맡긴다. 당시 아폴론의 마음은 레오코테아에게 가 있었다. 레오코테아는 페르시아 왕인 오르카모스의 딸.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질투에 눈 먼 클리티아는 레우테아가 아폴론과 정을 통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트린다.

말 그대로 소문은 소문일 뿐인데 이 사실을 레우코테야의 아버지 오르카모스가 알게 된다. 딸의 행실이 온 천하의 입방아에 오르자 오프카모스는 딸을 추궁한다. 추궁 끝에 레우코테아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고, 딸이 순결하지 못하다고 판단한 아버지는 그녀를 산채로 매장한다.

레우코테아의 죽음을 모두 슬퍼할 때, 미소 짓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클리티아다. 그녀는 레우코테아가 죽자 아폴론의 사랑이 자신에게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은 빗나간다. 사랑하던 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를 용서할 수 없는 건 사람이나 신이나 매한가지.

그 후, 클리티아는 9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 하고, 하늘에 있는 아폴론만 바라본다. 그녀의 몸은 줄기가 되고 그녀의 팔은 잎이 되었으며, 그녀의 얼굴은 꽃이 되었다. 그 꽃이 바로 해바라기다.

아폴론을 사랑했지만 결코 사랑을 얻지 못한 클리티아. 그녀가 밤마다 흘리는 눈물은 씨앗이 되는 곳 바로 누산리 해바라기 밭이다.

   
 

■ 붉은 해바라기를 보려면 이곳으로

해바라기의 색은? 노란 색! 빙고다. 노랑의 전유물이었던 해바라기가 그동안의 모습에서 변신을 했다. 사랑하는 임 그리다 흠칫 임께서 눈길이라도 준 것일까. 얼굴 전체가 홍조를 띄우니 그 쑥스러움 자체도 곱디곱다.

해바라기는 크게 설상화와 관상화로 나뉜단다. 설성화는 여러 꽃잎이 합쳐져 한 개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며 중성이다. 우리가 너무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노란 해바라기가 그것. 반면 관상화에 치우친 해바라기는 갈색을 띄며 양성이라하니 이곳에 몇몇 핀 붉은 해바라기 돌연변이는 아니었나 보다.

해바라기 꽃은 보통 9월이 절정이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올해는 일조량이나 강수량이 제각각이어서 개화 시기가 지각을 했다. 지각했으면 어떠하랴. 본 수업에 제대로 임하면 되는 것을.

본 수업에 임한 후,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성질 급한 녀석들의 얼굴엔 이미 씨앗을 영글고 있다. 더욱 급한 녀석들은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가는 계절 아쉬워서인지 해를 바라 볼 수 없어서인지 씨앗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통통하게 익은 씨앗들은 비좁은 공간을 박차고 나오는 중이다.

   
 

지난 9월 중순. 경상남도에 있는 함안 강주마을이 들썩였다. 이유인즉슨 해바라기 축제 때문.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인파는 너나할 것 없이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바빴고.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에 퍼 나르기 여념 없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부러움이란 전혀 없다. 강주마을 버금가는, 아니 수도권 가까이 있어 더욱 감동적인 해바라기 밭이 우리 김포시 양촌읍 누산리 일원에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열흘간의 긴 연휴. 개성 넘쳤던 올 여름 날씨 덕에 추억거리 하나를 남길 수 있어 더욱 좋다.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긴 추석연휴 동안 김포 구석구석 핀 가을꽃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수십만 개의 태양이 그리움이 되어 내려 앉은 누산리 해바라기 밭에서 말이다.
 

   
 
   
 
   
 
   
 
   
 

양미희 기자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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