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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 유럽의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돼 있을 겁니다"

기사승인 2019.11.06  15: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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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3번의 도전 끝에 김포시 9급이 된 우리동네 늦깎이 공무원, 김종일 주무관

앙리 루소. 그는 이국적인 정서를 주제로 사실과 환상을 교차시킨 독특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화가다. 루소는 처음부터 화가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기록에 의하면 루소는 젊은 시절 공직에 몸을 담고 있었다고 한다. 무려 24년간이나 말이다.

24년간의 공직을 접고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루소. 그의 나이 53세 때 완성한 ‘잠자는 집시’는 그를 일약 세기의 화가로 만든다. 루소의 인생 2막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이다.

프랑스에 루소가 인생2막을 화가의 길로 정했다면, 우리시에 인생2막을 9급 공무원의 길로 정한 이가 있다. 그 주인공은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수도과에 근무하는 우리동네 늦깍이 공무원 김종일 주무관. 이번 씨티21뉴스 인터뷰의 주인공이다.

   
57세 나이에 김포시 9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수도팀 김종일 주무관. 그를 인터부하는 내내 쉼없는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늦은 나이 ‘공시생!’, 도전해 볼 만한 일입니다”

얼마 전부터 ‘공시생’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공시생이란 공무원 임용 시험 준비생을 말하는데 고시만큼 합격하기 어렵다는 뜻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그만큼 경쟁률 또한 높다는 의미다.

김종일 주무관의 나이는 57세, 63년생이다. 그는 올해 김포시가 임명한 신규 공직자 중 최고령 기록을 찍으며, 지난 9월부터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수도과 정수팀에서 일하고 있다. 젊지 않은 나이. 혹여 공부하는데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대부분 암기과목인 공무원 시험은 필수 3개 과목과 전공 2과목 등 총 5과목을 패스해야 하는데 벽에 부딪힌 과목은 다름 아닌 ‘국어’입니다”

수능수준으로 출제된다는 국어. 국어 과목은 그에게 두 차례 낙방이라는 고배를 마시게 했다. 그리고 3번의 도전. 그는 드디어 도전에 성공한다. 이 정도만 꽤 승산이 있는 게임을 한 것인데 그만의 비책이 있을 터.

“나이가 들수록 기억 사이클이 짧아지는데 20-30대는 40일 정도 기억 사이클이 유지됩니다. 50세 이상은 15일 이하죠. 그래서 저는 5과목을 15일에 한 번씩 봤습니다. 기억 사이클이 짧아 기억이 쉽게 나지 않기 때문이죠. 이를 참고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로망은 ‘전원생활’입니다만, 60대 중반 이후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9급 공무원이라지만 그래도 전직이 있을 터. 김종일 주무관은 불과 2년 전까지 모 공사에서 일해 왔다. 당시 한 조직의 수장으로 팀원들과 프로젝트를 달성하며, 나름의 보람과 성취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55세에 다니던 직장을 접고 인생2막 준비에 나선다.

그럼, 그의 인생2막이 9급 공무원이었을까? 김 주무관은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 퇴직 후 로망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전원생활이었죠. 작은 텃밭을 일구며, 노후를 아내와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런 생활 말입니다”

그런데 아내의 생각은 좀 달랐다며 너털웃음을 보이는 그는 평생을 같이했어도 노후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나 보다. 그의 공무원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당신! 9급인 걸 잊지 마세요, 매일 아침 아내가 출근하는 제게 하는 말입니다”

막상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출근하려니 젊지 않은 나이에 한 조직에서의 신참생활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을 터. 그런 그의 마음을 다잡아 준 건 아내다.

그의 아내는 ‘당신은 9급인 걸 잊지 마세요. 9급의 신분을 잊지 말고, 늘 낮추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세요’라며 출근길은 돕는다고 한다. 김종일 주무관은 이런 아내의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되새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매일같이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젊은 선배와 함께 일할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있다. 더욱 감사한 건 나이든 신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라 한다.

“제가 소속된 팀은 12명인데 제가 불편한 것 보다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더 불편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지 아내의 말이 더 와 닿으면서 아침저녁으로 ‘9급 공무원’임을 되새기며 업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보직을 맡은 지 약 2달. 한달간의 수습을 제외하면 업무파악하기도 빠듯한 시간이다. 그럼에도 그는 벌써 김포에 대해, 상하수도사업소의 흐름에 대해, 또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이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듯 보였다.

“보다 안전하고 빠른 물 공급을 위해 22만 3천m³로 증설 중입니다”

김포에 살고 있다면 다 아는 이야기지만 단기간에 인구가 급증한 도시이기에 부족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상당한데, 김 주무관은 보직을 맡은 지 2개월 된 신참답지 않게 벌써 김포파악을 끝낸 분위기다.

“김포의 특성이라 생각되는데, 다른지역 연령대는 노령화 단계에 접어들지만 김포시는 39세로 젊은 도시입니다. 그만큼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됐다 볼 수 있는데, 이들의 대다수는 행정서비스가 원활한 곳에서 왔기에 김포의 행정서비스에 대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겁니다.

맞는 말이다. 그는 또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상하수도 관련해 현재 물 용량을 17만 5천㎥에서 약 22만 3천㎥ 정도로 증설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김포 전역에 원수가 들어오는 루트도 하나에다 처리공정이 상하수도사업소 하나로 시민의 불편을 느낄 것이라 했다. 또한, 하수종말처리장과 멀리 떨어져 있어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오폐수 처리문제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앞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라 했다.

“60대 후반, 유럽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이 돼 있을 겁니다”

인생2막을 9급공무원을 도전했던 김종일 주무관. 우리나라의 공무원 정년은 60세. 현재 57세인 그는 3년 후 그는 전기기사 자격증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전기기사 자격을 취득하고 60대 중반까지 직장생활을 유지할 것이라는 김종일 주무관. 그럼 60대 후반에 또 다른 것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노후에 접어든다는 60대 후반, 그는 로망이던 전원생활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노후에 저는 그동안 로망인 전원생활에 푹 빠져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유럽 등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루소가 ‘당신의 나이를 생각해요!’ 같은 남들의 간섭에 수긍해버렸다면 꿈처럼 신비롭고 매력적인 명작은 이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김종일 주무관 또한 다를 바 없다. 퇴직 후 9급 지방공무원으로 김포시에 근무하게 된 그에게 있어서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보인다.

박봉이긴 하나 김포시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아내와 가족에게 맛난 것도 사주고 작은 선물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포시상하수도사업소 김종일 주무관. 만일 그가 ‘당신의 나이를 생각해요!’라고 간섭을 했다면 오늘의 행복감은 그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아내가 있는 가족이라는 범주에서 출발하는 건 아닌지. 오늘도 아내는 ‘당신은 9급임을 잊지마세요!“라며 출근길 그의 옷깃을 여미어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십여 년 후, 멀리 유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인생을 다시 시작할 김종일 씨가 오늘 김포시 안에 늦깎이 공무원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5일마다 해야하는 당직에도 끄떡 없다는 김종일 주무관. 그는 인생2막을 김포시에서 시작했다.
   
그의 로망은 '전원생활' 60대 후반에 아마 그는 유럽의 한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양미희 기자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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