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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구석구석 47 … 신안리 한옥마을

기사승인 2023.05.03  18: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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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기는 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기는 하나 누추하지 않은 삶이 있는 곳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이 있다. 이는 ‘화려하기는 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기는 하나 누추하지 않다’라는 뜻으로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백제 궁궐의 건축미에 대해, 조선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을 통해 궁궐 건축에 있어 기본 철학으로 삼았던 말이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또한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오늘날에도 계승 발전시켜 우리 일상에서 간직해야 할 소중한 한국인의 미(美)라고 말한 바 있다. 한옥은 그 대표적인 예다. 

김포에서 한옥을 말하자면 대부분 운양동에 있는 ‘김포아트빌리지’를 떠올릴 터. 그러나 이곳과 결이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곳이 있다. 이번 김포 구석구석 마흔일곱번째 이야기는 화려하기는 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기는 하나 누추하지 않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실천하고 있는 신안리 한옥마을에 대한 이야기다.

   
 

■ 한옥의 미

우리나라 전통가옥 형태인 한옥은 예상과는 달리 그리 오래된 말이 아닌 개항 이후 서양의 근대 건축양식이 들어오면서 그들과 대비하기 위해 생긴 신조어라는 것이다. 즉, 서양건축이 들어오기 전에는 일반적인 집을 모두 한옥이었기에 ‘한옥’이라는 말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던 것.

한옥의 외관은 단순한 선들로 구성되어 있어 한옥이 갖는 아름다움의 많은 부분은 선의 아름다움에 기인하는데, 여기에 지붕(기와와 서까래), 외벽(인방과 기둥), 기단 등의 부위에서 곡선과 직선이 조화롭게 구성됨은 물론 창호의 띠살이 더해져 아름다운 한옥의 입면이 만들어진다.

특히 한옥의 선을 이루는 부재들은 쓰임새에 부합되는 자연스러운 형상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갖는다. 이러한 한옥의 미학은 외양의 꾸밈은 최대한 절제하고 내용과 실질을 추구하는 우리 민족의 오랜 가치관이 아닐까 싶다.

   
 

■ 한옥의 미 그리고 ‘춘미단장’

한옥마을 한 바퀴를 시작할 때 즈음 마주친 ‘춘미단장(春美丹粧)’. 당황스럽긴 하지만 ‘춘미단장’은 미용실이다. 3년 전 이곳 한옥마을에 들어온 주인장이 주차장을 용도 변경해 미용실을 차리고 예약 손님만으로 운영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이곳을 찾는 이가 대부분이다.

‘춘미단장’. 미용실 명이 다소 독특한데, 해석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한자어 그대로 풀이한다면 ‘봄처럼 곱게 꾸밈’을 의미하는 듯하다. 아마 이 미용실을 다녀간 대다수의 이가 그리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의미심장함이 숨어져 있는데, 바로 주인장 이름이 춘미(春美)로 즉, 주인장인 춘미 씨가 손님을 곱게 꾸며준다는 의미로 재밌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곳은 동네 미용실이라지만, 미술작품 전시는 물론 자개장 경대를 이용한 독특한 인테리어가 한옥마을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참고로 우리 어머니들의 혼수 필수품이었던 자개장 경대는 주인장 춘미 씨 남편께서 당근마켓에서 구매했다고 한다.

이곳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건 낡은 전축에서 흐르는 음악. 춘미단장 한편에 정렬된 CD와 LP를 보고 옛 추억을 떠올릴 때 흘러나오는 음악(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없던 향수도 절로 일어날 판이다. 어디 이뿐인가. 살림집으로 올라가면 자연에 절로 가슴도 트이고, 저 멀리 능선이 모두 내 것이 된다.

자연과 교감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것은 아닌지. 별것 없어도 한옥이 갖는 미와 함께 있기에 자연과 전통이 서로 교감할 수 있으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 한옥의 미를 겸비한 ‘카페 란’

요즘 트랜디하다는 카페는 어딘지 모르게 한옥의 뉘앙스가 느껴지는데, 지난 4월에 오픈한 ‘카페 란’은 대놓고 한옥의 뉘앙스를 풍긴다. 마을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지만, 막상 카페 안을 들어가 보면 동공은 커지고, 입은 있는 대로 벌어질 터.

이곳 주인장 김란희 씨는 자신의 이름 가운데 자를 활용해 ‘카페 란’을 꾸렸는데, 자연 속에 단아하게 자리한 이곳을 인스타 마니아들이 접한다면 넉넉잡고 인생네컷은 거뜬히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카페 어는 곳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혹은 특별한 촬영 기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샷을 남길 수 있는데, 아마도 한옥만이 가지고 있는 곡선과 직선, 그리고 화려하기는 하나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기는 하나 누추하지 않은 우리의 한옥이 배경이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만난 길냥이는 어느새 친구가 됐다. 전국에 내놓으라 하는 한옥마을에서 느낄 수 없는, 상품화되지 않은 순수를 지닌 신안리 한옥마을. 낯선 이방인이 오더라도 벗이 될 수 있는 곳이라 더욱 좋다.

김부식이 삼국사기 백제본기를 통해, 혹은 정도전이 조선경국전에서 누누이 강조한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곁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나 그 속의 삶들은 사치스럽지 않고, 삶 자체가 소박하기는 하나 전혀 누추하지 않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동네 한옥마을의 삶들 처럼 말이다.

   
 
   
 

 

   
 
   
 
   
 
   
 
   
 
   
 
   
 
   
 
   
 
   
 
   
 

 

양미희 기자 suho@cit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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