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내 복지사각지대 이웃 발굴해 3년간 연탄 7,426장 기부 … “앞으로도 쭈~욱 이어갈 것”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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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촌읍 학운리 유정숙 할머니는 고음달마을 제일 높은 곳에 산다. 할머니 댁은 가건물로 남들이 보기에는 허름하고 볼품없지만, 할머니에게는 이만한 안식처도 없었다. 남편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2년 전까지는 말이다.
할아버지와 사별한 후 할머니가 가장 막막했던 건 겨울나기다. 연탄보일러만으로 겨울을 나야하는데, 마땅한 수입도 없었을 뿐더러 연탄 한장 누가 보태주고 싶어도 고음달마을 꼭대기 할머니 댁까지 옮기기란 여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종일 애먼 빈 연탄 광을 보며 걱정만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던 찰라. 낯선 이들이 고음달마을 언덕 아래에서부터 할머니 댁 광 입구까지 횡대로 서더니 하나~두울~세엣 구령과 함께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옮기고 광을 채우기 시작한다.
딱하고 짠한 할머니의 처지를 하늘에서 읽고 천사라도 내린 것일까 싶지만, 전혀 아니다.
다름아닌 이들은 ‘울림회(회장 김용승)’와 ‘레드워킹 힐링나드리(회장 홍진선/이하 레드워킹)’ 회원들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우리네 이웃이 겨울나기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냈으면 하는 움직임이었다. 특히, 이날은 김포시의회 김인수 부의장과 유영숙 의원, 한종우 의원이 울림회의 뜻에 힘을 보태 그 의미를 더했다.
사실 울림회와 레드워킹 전신은 충청향우회다. 향우회 회원 중 봉사의 뜻을 두고 지난 2015년 12명이 뭉쳐 울림회가 결성됐고, 이후 이들의 뜻을 높이 산 몇몇이 합류하더니 지금은 40명이 혼자가 아닌 함께를 실천하고 있다.
울림회는 그동안 김포복지재단,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을 찾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웃과 아이들을 도와 왔으며, 사랑의 밥차 등의 활동을 하며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열일을 제쳐두고 함께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연탄봉사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기부한 연탄만도 무려 7,426장이나 된다.
김용승 울림회 회장은 “겨울나기에 힘겨워하는 이웃이 상당합니다. 이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탄봉사를 시작했는데, 이는 모두 회원들이 십시일반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라며 회원들의 따뜻한 나눔에 감사를 대신했다.
유정숙 할머니 댁 연탄 광이 남부럽지 않게 부자가 됐던 지난 18일. 구령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울림회 회원들에게 쌀쌀한 초겨울 날씨는 상대도 되지 않았으며, 턱밑까지 차오른 숨쯤이야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가르쳐 주었듯이 울림회가 연탄봉사는 물론 이웃과의 사랑을 2015년부터 나누고 있는 건 '혼자’보다는 ‘함께’라는 울림이 더 컸던 건 아닌가 싶다.
유정숙 할머니는 꽉 찬 연탄 광을 보며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무한반복으로 재생했다. 그리고 “올 겨울, 연탄 한 장 한 장 땔 때마다 여러분이 생각날 것입니다”라며 깊은 주름에 눈물 섞인 미소로 울림회 회원들에게 화답했다.
이번 겨울, 고음달마을 유정숙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은 뒤로하고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이웃의 따뜻함만을 느끼길 울림회와 레드워킹 회원들 그리고 김포시민 모두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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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희 기자 suho@city21.co.kr
